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유일하게 외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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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연탄 한장

2009/03/02 16:29 | Posted by venmus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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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月下獨酌

2008/12/02 21:14 | Posted by venmus
其一

天若不愛酒 만약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酒星不在天 하늘에 술의 별이 없었으리라
地若不愛酒 만약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地應無酒泉 땅에는 마땅히 술의 샘이 없었으리라.
天地旣愛酒 애초에 하늘과 땅이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傀天 술을 사랑함에 있어 하늘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도다.
已聞淸比聖 이미 맑은 술을 성인(聖人)에 비유함을 들었고
復道濁如賢 탁한 술 또한 현인(賢人)과도 같다 말하니
聖賢旣已飮 성인과 현인이 모두 이미 마시고 있음에도
河必求神仙 어찌 반드시 신선이 되고자 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三盃通大道 석 잔이면 큰 도를 깨닫고
一斗合自然 한 말이면 자연에 합하게 되니
俱得醉中趣 함께 취하여 얻은 이 즐거움을
勿謂醒者傳 깨어있는 자들에게 전하지 말지어다
 
 
 
其二

花間一壺酒 꽃 사이의 술 한 동이를
獨酌無相親 벗해주는 이 없이 홀로 마시도다
擧盃邀明月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아들이니
對影成三人 그림자와 마주하여 세 사람이 되더라
月旣不解飮 달은 애초에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날 흉내낼 뿐이구나
暫伴月將影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行樂須及春 즐거움이 모름지기 봄날과도 같구나.
我歌月排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주변을 거닐며
我舞影凌亂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는 더욱 어지럽게 춤춘다
醒時同交歡 깨어있을 때에는 함께 기쁨을 나누지만
醉後各分散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지네
永結無情遊 속세의 정을 초월해 영원한 교유를 맺으니
相期邈雲漢 머나먼 은하수 너머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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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낙엽

2008/11/23 01:42 | Posted by venmus
다시는
 
내 가는 길을
 
묻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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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동해 - 서태지에게

2008/10/31 03:44 | Posted by venmus
꿈을 위해선
사랑을 버려도 좋지

보리순 파랗게 돋은
갓 스무살

그냥 보고만 있어도
싱싱해지는 거친 파도들이지

반역을 위해선
이세상 제일 치밀한 함정도
두려워하지 않지

그래
두려움은 세상의 끝이지
보이지 않는 안개의 속살보다는
보다 명징한 삶의 목소리를 원하지

꿈을 위해선
청춘을 불태워도 좋지

그래
꿈을 위해서
청춘을 불태웠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지

보리순 파랗게 돋은
갓 스무살

우리에겐 반역의 꿈이 있지
우리에겐 불타는 청춘의
칼날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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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2008/10/31 03:42 | Posted by venmus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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